5.10/ 화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화장하고 밥 먹고 사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숙소를 나섰다. 빵집에서 바게트를, 까르푸에서 본마망 쿠키를 사서 오를리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바게트가 너무 길어서 어쩔 수 없어서 옆구리에 끼고 갔는데 출근 인파로 꽉 찬 전철에서 민폐가 아닐 수 없었다. 파리 사람들도 아침마다 출근 전쟁 치르는구나. 표 기계에서 대기하고 있는 직원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표를 뽑고 버스에 올랐는데 마치 출근 시간의 9호선 같았다. 캐리어와 사람들이 마구 엉킨 채로 출발. 다행히 캐리어 덕분에 다리는 좀 불편했지만, 숨 쉴 공간은 확보할 수 있었다. 포르투행 비행이 1시간 지연된 상태에서 비행기 탑승 후에 40분 더 지연된다고 기내방송이 나오자 사람들의 탄식과 메흐드라는 프랑스어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그러고 잠시 후에 곧 출발할 거라고 방송이 나오자 사람들이 환호하고 박수를 쳤다.
포르투 도착. 생각보다 꽤 쌀쌀하다. 패딩 입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포르투로 넘어와서 원피스 입으면 되겠다 싶었건만 비 내리고 바람 불고 춥다. 상벤투역에서 2분 거리에 있는 호스텔은 위치도 시설도 좋았다. 여직원이 배리 해비하다고 힘겨워하면서도 3층까지 캐리어를 들어줬다. 짐정리 하고 바로 도우루 강으로 갔다.
동루이스 1세 다리는 거리가 짧아서 유독 높아 보였다. 위 아래로 두 개의 길이 있는데 둘 다 걸어 다닐 수 있다. 비가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한다. 햇빛도 가끔 비친다. 비가 내려도 빨래들이 널려있고 낡은 빈집이 많다. 이 골목 저 골목 두리번거리다가 카페에서 커피와 에크타르트를 먹고 나와서 슈퍼에서 작은 포트 와인 한 병을 샀다. 사장님이 다른 손님에겐 와인 설명을 잘 해주시면서 내게만 본체 만체 하셔서 소외감이 들었다. (어차피 말 안 통했겠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화장하고 밥 먹고 사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숙소를 나섰다. 빵집에서 바게트를, 까르푸에서 본마망 쿠키를 사서 오를리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바게트가 너무 길어서 어쩔 수 없어서 옆구리에 끼고 갔는데 출근 인파로 꽉 찬 전철에서 민폐가 아닐 수 없었다. 파리 사람들도 아침마다 출근 전쟁 치르는구나. 표 기계에서 대기하고 있는 직원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표를 뽑고 버스에 올랐는데 마치 출근 시간의 9호선 같았다. 캐리어와 사람들이 마구 엉킨 채로 출발. 다행히 캐리어 덕분에 다리는 좀 불편했지만, 숨 쉴 공간은 확보할 수 있었다. 포르투행 비행이 1시간 지연된 상태에서 비행기 탑승 후에 40분 더 지연된다고 기내방송이 나오자 사람들의 탄식과 메흐드라는 프랑스어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그러고 잠시 후에 곧 출발할 거라고 방송이 나오자 사람들이 환호하고 박수를 쳤다.
포르투 도착. 생각보다 꽤 쌀쌀하다. 패딩 입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포르투로 넘어와서 원피스 입으면 되겠다 싶었건만 비 내리고 바람 불고 춥다. 상벤투역에서 2분 거리에 있는 호스텔은 위치도 시설도 좋았다. 여직원이 배리 해비하다고 힘겨워하면서도 3층까지 캐리어를 들어줬다. 짐정리 하고 바로 도우루 강으로 갔다.
동루이스 1세 다리는 거리가 짧아서 유독 높아 보였다. 위 아래로 두 개의 길이 있는데 둘 다 걸어 다닐 수 있다. 비가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한다. 햇빛도 가끔 비친다. 비가 내려도 빨래들이 널려있고 낡은 빈집이 많다. 이 골목 저 골목 두리번거리다가 카페에서 커피와 에크타르트를 먹고 나와서 슈퍼에서 작은 포트 와인 한 병을 샀다. 사장님이 다른 손님에겐 와인 설명을 잘 해주시면서 내게만 본체 만체 하셔서 소외감이 들었다. (어차피 말 안 통했겠지만.)
도우루강의 야경을 보기 위해 Mosteiro da Serra do Pilar 수도원에 갔다. 가파른 계단과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갈증이 났다. 아까 슈퍼에서 슈퍼복을 안 산 걸 후회했다. 그러나 그런 후회도 잠시, 찬바람이 마구 불어서 덜덜 떨면서 동루이스 다리의 조명이 켜지기를 기다렸다. 1시간 정도 기다렸나. 멀리 보이는 짙은 노을을 배경으로 에펠탑을 연상케 하는 다리에 드디어 조명이 켜졌다. 너무 예뻐서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잘 나왔다. 오랜 시간 추위에 시달린 탓에 서둘러 숙소로 돌아오는 길, 시원하게 소나기가 내렸다.











5.11 / 수
일찍 잠에서 깼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나서는 길. 내가 배정받은 침대에만 콘센트가 없어서 콘센트 있는 침대로 바꿔달라고 리셉션에 말했더니 흔쾌히 바꿔줬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숙소를 나서자마자 비가 내린다. 추울 때 입다가 버리려고 챙겨온 패딩에다가 샌들을 신었더니 같은 방에 있던 도미니크 여자애가 너 그 신발 신고 나갈거냐며 놀란다. 내 운동화 젖어서 그렇다고 하니 자기 신발도 젖어서 냄새난다며 이해한다고 한다. 착한 아이같다. 걷다 보니 발이 시리다.
클레리구스 종탑을 지나 렐루서점으로 갔다. 웨스앤더슨의 아트북들이 너무 탐났는데 무거워서 포기했다. 그 외에는 딱히 살 만한 책이 없었다. 동네 책방 같은 소박한 공간에 책 훑어 보는 사람과 계단 앞에서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2층 소파에 진득히 앉아 아트북을 보고 그곳에서 나왔다. 책을 사면 입장료 만큼 할인을 해주는데 서점을 나서고 나서 그 사실을 알게 돼서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운치 있는 카페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어떤 시장에서 냉장고 자석과 딸기를 사고 구경하다가 점심도 그 곳에서 먹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유명한 시장이었다. 볼량시장. 홍합요리와 연어구이를 먹었는데 홍합요리가 정말 맛있었다. 홍합에 올리브유와 양파토마토찹이 뿌려진 단순한 요리였는데 재료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점심을 끝내고 또 카페 찾으러 돌아다녔는데 끌리는 곳이 없어 결국 제일 만만한 클레리구스종탑 옆의 코스타 커피에 갔다. 몸도 녹이고 인터넷 하면서 푹 쉬다가 짐 ( 시내에서 산 샤워가운)을 가져다 놓기 위해 숙소에 갔다. 그러고 또 2시간을 푹 쉬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강 건너의 레스토랑에 갔다.
호객꾼에게 설득당해서 들어간 곳이었는데 뽈보요리와 와인을 곁들여 먹었다. 문어요리 첫입은 정말 부들부들하고 맛있었는데 식을수록 짠내가 나서 아쉬웠다. 그래도 매니저 아저씨가 친절하셔서 기분 좋게 저녁 식사를 끝냈다. 서빙 해주시면서 한국말로 ‘맛있게 먹어요’라고 말씀도 해주시고. 악수하며 작별인사를 하고 레스토랑을 나섰다.
봐도 또 봐도 아름다운 동루이스 다리를 향해 걸어갔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이어폰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와서 금세 또 기분이 좋아져서 씩씩하게 숙소로 돌아갔다. 샤워하고 낮에 샀던 샤워가운을 걸쳤는데 실밥이 너무 날려서 욕실부터 침대까지, 몸에도 막 묻어있다. 쇼핑 실패.















5.12 / 목
날씨가 좋다. 숙소에서 나왔다가 너무 눈부셔서 다시 돌아가 모자와 선글라스를 챙겨왔다. 동루이스 다리를 보러 갈까 하다가 클레리구스 종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모처럼 날씨가 맑아져서인지 사람이 많다. 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폭이라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빠흐동, 메흐씨, 쏘리, 땡큐, 오브리가도 등의 말들이 계속 오갔다. 한사람이 벽에 찰싹 붙어서 길을 터주면 한사람이 겨우 지나가는 식으로 힘겹게 탑을 올라가야 한다. 나도 쏘리와 땡큐를 연발하며 좁은 그 통로를 사람들과 부대끼며 올라갔다. 더워서 외투 하나를 벗었는데 꼭대기에 올라가니 땀이 식으면서 꽤 쌀쌀했다. 탑에서 내려가려면 또 계단을 통과해야했지만 마주치는 사람마다 서로 양보해주려고 하고 고맙다 미안하다 인사하니까 재미있었다.
목적지 없이 상벤투역을 지나 사람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마제스틱 카페에 갔다. 손님들이 많았는데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앉았다. 호기심에 카페 봉봉과 애플 시나몬 타르트를 시켜놓고 사진을 찍으면서 기다렸다. 고풍스러운 실내 분위기와 젠틀한 웨이터들. 관광객들로 만석인 이유가 있다. 애플 타르트는 너무 맛있고 카페 봉봉은 너무 달았다. 연유 에스프레소샷 생크림이 층층이 쌓여있는 메뉴였다. 커피에 대한 아쉬움이 컸지만 카페 분위기가 좋아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맑은 날씨의 도우루강을 보고 싶어서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 수도원에 갔다가 와이너리 투어를 받기 위해 테일러 와이너리로 향했다. 테일러라고 쓰인 간판은 강 건너편에서도 보일 정도로 커다래서 그 간판만 보고 무작정 걸었다. 그러니 당연히 헤맸다. 도착하고 보니 강 쪽에서 올라오는 가까운 길이 있었다. 40분 동안 투어를 기다리며 화이트 와인 한잔을 시음했다. 한국 사람팀이 세네 팀이 있었다. 클레리구스랑 수도원에서 마주쳤던 한국인이 여기도 있다.-인터넷의 폐해다.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서 고작 20분 동안 진행되는 투어에서도 비몽사몽 했다. 두 잔의 레드와인과 루비와인을 시음하고 정원 구경하고 나서야 졸음이 가셨다. 내 입맛에 포트와인은 좀 달았다.












5.13 / 금
코임브라 A역. 비가 내려서 그런지 우중충하고 낙후된 인상을 받았다. 우둘투둘한 돌길. 공사 중인 곳도 많았다. 체크인 시간보다 5시간 일찍 도착해서 호스텔에 짐만 맡기고 관광을 시작했다. 호스텔 직원이 친절했다. 일단 코임브라 대학에 가는 게 도리일 것 같아서 구글 맵을 보며 길을 걷는데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현지인보다 관광객들이 눈에 더 띄었는데 노부부들이 많았다. 한적하고 조용한. 포르투보다 더 조용하다. 대학교에 가려고 나선 길이었는데 학교는 못 찾고 분수가 예쁘게 있는 정원을 발견하곤 그곳으로 들어갔다. 작은 정원인 줄 알았는데 깊숙이갈수록 숲이 우거져있고 외줄 타기 같은 극기 훈련장도 있는 공원이었다.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져 음산한 기운이 돌길래 그곳을 얼른 빠져나왔더니 또 해가 나왔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요란한 유치원을 끼고 돌아 발견한 작은 카페에서 커피와 햄이 들어간 빵을 시켜먹었다.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셨는데 내가 영어 못 알아 듣는 게 또 안타까웠다. 코리아라고 하니 못 알아 들으시고 꼬레아라고 하니 알겠다는 제스쳐을 취하신다. 돈이 모자란 건 아니고 동전이 모자랐는데 그 동전들만 받으시고 나머지는 다음에 와서 달라고 하신다. 너무 좋으시다. 한국어로 아리가또가 뭐냐고 물어보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알려드리고 작별인사를 하고 나왔다.
구글맵에 포토스팟으로 표시된 곳으로 갔더니 별것 없다. 그냥 걷고 걷다 보니 코임브라대학의 계단을 발견했다. 9유로짜리 표를 사서 대학교 내부를 구경했다. 이곳은 도서관이랑 강의실이 다했다. 강의실이 거의 성당의 예배당처럼 웅장하고 고풍스러웠다. 프로젝터를 틀고 강의하는 것 같았는데 교수석에 앉은 세 명의 교수가 마치 법정에 있는 판사들 같았다.
구내식당 분위기의 식당에서 햄 조각이 들어간 빵과 맥주를 마시고 숙소에 잠시 들렀다가 파두 공연을 보기 위해 바로 나왔다. 그러나 또 무작정 헤매는 바람에 동네산책을 하게 됐고 노을 구경하고 몬테구강 다리도 건넜다. 숙소에 다시 갔더니 모두 술 마시러 나간 분위기. 파두 공연을 안 보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곳으로 막 달려나갔다. 1부 공연은 끝난 시간이었지만 3부까지 공연이 있어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공연 티켓에 프리 드링크 한 잔이 포함되어있어서 아무 생각없이 맥주를 시켰는데 다들 포트 와인 마시고 있었다. 살짝 후회했다. 공연은 엄청 로맨틱하고 애잔할 줄 알았는데 그럭저럭이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이다. 아직 그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연륜이 쌓이지 않아서 그런 걸까.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바로 공연장을 나왔다. 정장에 망토(코임브라 대학교 교복)를 두른 학생이 몇 명 보이지 않아 금요일이라 다들 자기네 동네로 간 줄 알고 실망했더니 깜깜해지자 다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골목 골목이 축제 분위기다. 얘네는 술 마실 때 집에서 교복 입고 망토를 휘두르며 나오나 보다. 슈퍼복(포르투갈 맥주) 광고 부스가 거리 곳곳에 많길래 자부심이 대단하구나 했더니 밤이 되자 그것들은 맥주 트럭으로 바뀌었다. 작은 잔 1유로……. 여기 좋다…… 그냥 숙소에 들어가긴 아쉬운 마음에 맥주 트럭에서 작은 맥주 잔 하나를 사들고 마시며 돌아갔다.



















멍멍이
5.11 / 수
일찍 잠에서 깼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나서는 길. 내가 배정받은 침대에만 콘센트가 없어서 콘센트 있는 침대로 바꿔달라고 리셉션에 말했더니 흔쾌히 바꿔줬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숙소를 나서자마자 비가 내린다. 추울 때 입다가 버리려고 챙겨온 패딩에다가 샌들을 신었더니 같은 방에 있던 도미니크 여자애가 너 그 신발 신고 나갈거냐며 놀란다. 내 운동화 젖어서 그렇다고 하니 자기 신발도 젖어서 냄새난다며 이해한다고 한다. 착한 아이같다. 걷다 보니 발이 시리다.
클레리구스 종탑을 지나 렐루서점으로 갔다. 웨스앤더슨의 아트북들이 너무 탐났는데 무거워서 포기했다. 그 외에는 딱히 살 만한 책이 없었다. 동네 책방 같은 소박한 공간에 책 훑어 보는 사람과 계단 앞에서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2층 소파에 진득히 앉아 아트북을 보고 그곳에서 나왔다. 책을 사면 입장료 만큼 할인을 해주는데 서점을 나서고 나서 그 사실을 알게 돼서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운치 있는 카페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어떤 시장에서 냉장고 자석과 딸기를 사고 구경하다가 점심도 그 곳에서 먹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유명한 시장이었다. 볼량시장. 홍합요리와 연어구이를 먹었는데 홍합요리가 정말 맛있었다. 홍합에 올리브유와 양파토마토찹이 뿌려진 단순한 요리였는데 재료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점심을 끝내고 또 카페 찾으러 돌아다녔는데 끌리는 곳이 없어 결국 제일 만만한 클레리구스종탑 옆의 코스타 커피에 갔다. 몸도 녹이고 인터넷 하면서 푹 쉬다가 짐 ( 시내에서 산 샤워가운)을 가져다 놓기 위해 숙소에 갔다. 그러고 또 2시간을 푹 쉬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강 건너의 레스토랑에 갔다.
호객꾼에게 설득당해서 들어간 곳이었는데 뽈보요리와 와인을 곁들여 먹었다. 문어요리 첫입은 정말 부들부들하고 맛있었는데 식을수록 짠내가 나서 아쉬웠다. 그래도 매니저 아저씨가 친절하셔서 기분 좋게 저녁 식사를 끝냈다. 서빙 해주시면서 한국말로 ‘맛있게 먹어요’라고 말씀도 해주시고. 악수하며 작별인사를 하고 레스토랑을 나섰다.
봐도 또 봐도 아름다운 동루이스 다리를 향해 걸어갔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이어폰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와서 금세 또 기분이 좋아져서 씩씩하게 숙소로 돌아갔다. 샤워하고 낮에 샀던 샤워가운을 걸쳤는데 실밥이 너무 날려서 욕실부터 침대까지, 몸에도 막 묻어있다. 쇼핑 실패.
공사중인데다 사람도 많았던 렐루서점.
3층 부부는 어디를 보고 있는거죠.
5.12 / 목
날씨가 좋다. 숙소에서 나왔다가 너무 눈부셔서 다시 돌아가 모자와 선글라스를 챙겨왔다. 동루이스 다리를 보러 갈까 하다가 클레리구스 종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모처럼 날씨가 맑아져서인지 사람이 많다. 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폭이라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빠흐동, 메흐씨, 쏘리, 땡큐, 오브리가도 등의 말들이 계속 오갔다. 한사람이 벽에 찰싹 붙어서 길을 터주면 한사람이 겨우 지나가는 식으로 힘겹게 탑을 올라가야 한다. 나도 쏘리와 땡큐를 연발하며 좁은 그 통로를 사람들과 부대끼며 올라갔다. 더워서 외투 하나를 벗었는데 꼭대기에 올라가니 땀이 식으면서 꽤 쌀쌀했다. 탑에서 내려가려면 또 계단을 통과해야했지만 마주치는 사람마다 서로 양보해주려고 하고 고맙다 미안하다 인사하니까 재미있었다.
목적지 없이 상벤투역을 지나 사람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마제스틱 카페에 갔다. 손님들이 많았는데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앉았다. 호기심에 카페 봉봉과 애플 시나몬 타르트를 시켜놓고 사진을 찍으면서 기다렸다. 고풍스러운 실내 분위기와 젠틀한 웨이터들. 관광객들로 만석인 이유가 있다. 애플 타르트는 너무 맛있고 카페 봉봉은 너무 달았다. 연유 에스프레소샷 생크림이 층층이 쌓여있는 메뉴였다. 커피에 대한 아쉬움이 컸지만 카페 분위기가 좋아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맑은 날씨의 도우루강을 보고 싶어서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 수도원에 갔다가 와이너리 투어를 받기 위해 테일러 와이너리로 향했다. 테일러라고 쓰인 간판은 강 건너편에서도 보일 정도로 커다래서 그 간판만 보고 무작정 걸었다. 그러니 당연히 헤맸다. 도착하고 보니 강 쪽에서 올라오는 가까운 길이 있었다. 40분 동안 투어를 기다리며 화이트 와인 한잔을 시음했다. 한국 사람팀이 세네 팀이 있었다. 클레리구스랑 수도원에서 마주쳤던 한국인이 여기도 있다.-인터넷의 폐해다.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서 고작 20분 동안 진행되는 투어에서도 비몽사몽 했다. 두 잔의 레드와인과 루비와인을 시음하고 정원 구경하고 나서야 졸음이 가셨다. 내 입맛에 포트와인은 좀 달았다.
강을 따라 걷다가 캐주얼해보이는 식당에서 대구 샐러드와 화이트와인을 시켰는데 둘 다 맛이 없었다. 버린 입맛을 보상받기 위해 호스텔 맞은편 디저트 가게에 가서 라떼와 디저트를 시켜 먹었는데 그것도 실패. 또 졸음이 몰려와서 숙소에 가서 잠깐 눈붙인다는 게 일어나보니 밤 열한 시다. 포르투에서의 마지막 밤이 싱겁다.
카페 마제스틱. 나를 포함한 관광객들.
5.13 / 금
코임브라 A역. 비가 내려서 그런지 우중충하고 낙후된 인상을 받았다. 우둘투둘한 돌길. 공사 중인 곳도 많았다. 체크인 시간보다 5시간 일찍 도착해서 호스텔에 짐만 맡기고 관광을 시작했다. 호스텔 직원이 친절했다. 일단 코임브라 대학에 가는 게 도리일 것 같아서 구글 맵을 보며 길을 걷는데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현지인보다 관광객들이 눈에 더 띄었는데 노부부들이 많았다. 한적하고 조용한. 포르투보다 더 조용하다. 대학교에 가려고 나선 길이었는데 학교는 못 찾고 분수가 예쁘게 있는 정원을 발견하곤 그곳으로 들어갔다. 작은 정원인 줄 알았는데 깊숙이갈수록 숲이 우거져있고 외줄 타기 같은 극기 훈련장도 있는 공원이었다.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져 음산한 기운이 돌길래 그곳을 얼른 빠져나왔더니 또 해가 나왔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요란한 유치원을 끼고 돌아 발견한 작은 카페에서 커피와 햄이 들어간 빵을 시켜먹었다.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셨는데 내가 영어 못 알아 듣는 게 또 안타까웠다. 코리아라고 하니 못 알아 들으시고 꼬레아라고 하니 알겠다는 제스쳐을 취하신다. 돈이 모자란 건 아니고 동전이 모자랐는데 그 동전들만 받으시고 나머지는 다음에 와서 달라고 하신다. 너무 좋으시다. 한국어로 아리가또가 뭐냐고 물어보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알려드리고 작별인사를 하고 나왔다.
구글맵에 포토스팟으로 표시된 곳으로 갔더니 별것 없다. 그냥 걷고 걷다 보니 코임브라대학의 계단을 발견했다. 9유로짜리 표를 사서 대학교 내부를 구경했다. 이곳은 도서관이랑 강의실이 다했다. 강의실이 거의 성당의 예배당처럼 웅장하고 고풍스러웠다. 프로젝터를 틀고 강의하는 것 같았는데 교수석에 앉은 세 명의 교수가 마치 법정에 있는 판사들 같았다.
구내식당 분위기의 식당에서 햄 조각이 들어간 빵과 맥주를 마시고 숙소에 잠시 들렀다가 파두 공연을 보기 위해 바로 나왔다. 그러나 또 무작정 헤매는 바람에 동네산책을 하게 됐고 노을 구경하고 몬테구강 다리도 건넜다. 숙소에 다시 갔더니 모두 술 마시러 나간 분위기. 파두 공연을 안 보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곳으로 막 달려나갔다. 1부 공연은 끝난 시간이었지만 3부까지 공연이 있어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공연 티켓에 프리 드링크 한 잔이 포함되어있어서 아무 생각없이 맥주를 시켰는데 다들 포트 와인 마시고 있었다. 살짝 후회했다. 공연은 엄청 로맨틱하고 애잔할 줄 알았는데 그럭저럭이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이다. 아직 그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연륜이 쌓이지 않아서 그런 걸까.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바로 공연장을 나왔다. 정장에 망토(코임브라 대학교 교복)를 두른 학생이 몇 명 보이지 않아 금요일이라 다들 자기네 동네로 간 줄 알고 실망했더니 깜깜해지자 다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골목 골목이 축제 분위기다. 얘네는 술 마실 때 집에서 교복 입고 망토를 휘두르며 나오나 보다. 슈퍼복(포르투갈 맥주) 광고 부스가 거리 곳곳에 많길래 자부심이 대단하구나 했더니 밤이 되자 그것들은 맥주 트럭으로 바뀌었다. 작은 잔 1유로……. 여기 좋다…… 그냥 숙소에 들어가긴 아쉬운 마음에 맥주 트럭에서 작은 맥주 잔 하나를 사들고 마시며 돌아갔다.
귀여운 조각상.
예쁜 유리지붕.
검정색 망토가 베란다에 널려있는 걸 보니 저 집에 코임브라 대학생이 살고 있나 보다.
주렁주렁.
at 2016/09/17 01:53

